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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섭]Kink

둘째 왕자 육 x 호위무사 섭

 "둘째 왕자님? 기방에 오지 않는 날이 없으시니 그곳에 가면 쉽게 뵐 수 있을 걸세. "
" 허허, 세자 저하는 문무에 모두 출중하신데다  성품도 바르시다던데 형제가 어찌 그리 다르실까."
" 쉿, 자네는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도 모르는가? 제발 조용히 좀 하세! 그분의 심기를 거스른다면 목이 날아가는 일을 면하지 못할 게야. "

저잣거리의 아무개 몇 명의 대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이 나라의 둘째 왕자, 육성재는 많은 취문에 휘둘리고 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늘어나는 그에 대한 소문 중 대다수는 사실이었으니, 대체 어떻게 된 일인 걸까?



첫째로 태어난 세자이자 성재의 형인 민혁은  가히 몇백 년에 한번 날 만한 수재였다. 그러니 그런 그의 다음으로 태어난 성재가 그와 비교될 것은 그가 태어나기 전부터 정해져 있었다. 성재 또한 천재라 하기 부족함이 없었다. 그의 형이 워낙 뛰어나서 가려졌을 뿐. 전혀 부족하지 않았음에도 태어나는 순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그의 형과 비교 받는 삶과 더불어 자신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보며 자신의 엄마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이들에 그는 지칠 때로 지쳐있었다. 사춘기에 다다라선 결국 그를 죄어오는 올가미 같은 시선들을 버티지 못하고 삐뚤어지기 시작했다. 아마 그때쯤이었을 거다. 자신을 이창섭이라고 소개한 새로운 호위무사, 훗날 그의 삶이 될 존재를 만나게 된 것은.




성재가 삐뚤어지기 시작한 건 그가 열다섯의 여름을 막 지나던 참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형과의 비교에 지쳐가는 하루. 최근 들어 기분이 뒤죽박죽 감정 기복이 심해져있었다. 그날은 모든 일에 부정적이었으니, 더 이상 그 괴로운 수업을 가고 싶지 않았던 성재는 수업 중간에 밖으로 뛰쳐나갔다.


쿵쾅 쿵쾅 쿵쾅-.

수업받는 궁과 조금 떨어져 있는 곳에는 숲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거대한 정원이 있었다. 그 안으로 들어가 좀 걷다 드러누웠다. 만약 매화(여태껏 성재를 맡아 키웠다.)가 지금 이 모습을 본다면 체통을 지켜야 한다고 얼마나 뭐라고 했을까. 정원 안의 고요함 속에는 간간이 자신을 찾는 궁인들의 소리가 섞여들어왔으나 무시하기로 했다. 깜박 잠이 들었다 일어났더니 어느새 밤이 되어 있음에 놀란 성재가 헐레벌떡 자신의 궁으로 돌아갔다. 그날 처음으로 크게 혼났으나 성재가 겪었던 첫 일탈에 비할 바가 되지는 못했다. 15살 둘째 왕자님의 첫 일탈은 생각보다 훨씬 즐거웠다.



한 번 하면 두 번은 쉽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성재의 일탈은 지금까지 어떻게 참았나 싶을 정도였으며 해가 바뀔수록 더욱더 심해졌으며 그 수도 비례하게 증가했다. 기방을 제집 드나들듯 오가는 일이 잦아졌고, 그 큰 기방 안에 그가 모르는 기생이 없었다. 성재가 손댄 게 기생뿐이었을까. 슬프게도 아니다. 길을 가다가도 자신의 맘에 드는 외모를 지녔다면 그게 여자든 남자든 상관 않고 내키는 대로 건드렸다. 지금까지도 충분히 막 나갔으나 더 심한 문제가 있었는데, 소문으로도 알 수 있듯 그의 심기를 거스른다면 그의 호위무사들을 시켜 죽여버렸다.(그러라고 있는 게 아닐 텐데 말이다.) 지금까지의 전적으로 도성 안에서 가장 악명이 높은 것은 어떤 도적 단도 아닌 둘째 왕자님과 그의 개들이었다.  그러나 계속 언급하듯이 그는 왕자였으니 감히  누가 그에게 뭐라 할 수 있을까?



앞서 말한 적 있는 그의 호위무사인 창섭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일단, 그는 농사짓는 부모님의 밑에서 지극히도 평범하게 살아왔었다. 그에게 그런 재능이 있다는 것은 그가 어쩔 수 없이 검을 잡기 전까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한낱 농부의 아들이 전장에서 이름을 날릴 살인귀가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창섭이 검을 잡기 시작한 건 그가 16살이 되던 해였다. 계속되는 전쟁으로 인해 사망자의 수는 한없이 늘어만 갔고 전쟁에 참여할 병사들은 점점 부족해졌다. 결국 군은 성인이 되지 않은 아이들에게도 손을 뻗었고 16살이었던 창섭에게도 찾아왔다. 우연히 잡게 된 검은 생각보다 창섭과 잘 맞았다. 평생 칼 한번 잡아본 적 없는 창섭은 그와 비슷한 처지인 다른 이들과 함께 군의 맨 앞에 자리해 있었다. 누구도 그들에게 기대하지 않았으니 적군의 공격을 막는 방패로 쓰이고 버려질 예정이었을 거다. 앞에서 방패 삼아 놨던 이들 사이에 끼어 있던 창섭은 죽지 않았다. 사람을 배는 생생한 감각이 그를 뒤덮었고 온몸에서 피 냄새가 진동을 했으나 악착같이 버텼다. 첫 번째 전투는 승리했다. 물론 그의 옆에 서있던 다른 ‘방패’들은 하나도 졸 수 없었지만. 그가 가진 재능을 본 병사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나 창섭은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그의 재능이 과연 축복이기만 했을까.

고작 16살에 전장으로 불려나가 검을 휘두르는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사람을 베는 일을 한지 얼마나 지났을까. 죽고 싶지 않다는 의지 하나로 버티며 밤새 악몽에 시달리면서도 칼을 놓을 수 없었고 적들의 목은 창섭에 의해 너무나도 쉽게 날아갔다. 적들의 진영에서 그의 악명은 날이 갈수록 높아졌다. 18살, 성인이 되었고 지겨웠던 전쟁은 끝을 맞이했다. 2년간 전장에서 사는 동안 많은 공을 세운 창섭은 필연적으로 궁으로 불려가게 되었고 그렇게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이 나라의 둘째 왕자님의 호위무사. 이때까지만 해도 성재에 대해선 아무런 추문이나 소문 하나 흐르지 않았으니, 이런 중요한 일을 맡게 되다니 창섭은 앞으로 자신의 삶이 이대로 순탄하기만 할 줄 알았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해가 바뀔수록 난폭하고 잔인해지는 성재의 곁에서 자신이 보기에도 억지인 핑계로 사람들을 베는 일이 반복되자 그동안 외면하고 있었던 전장에서의 기억들과 성재와 지내며 새로이 생긴 기억들이 합쳐진 거대한 크기의 죄책감은 그를 서서히 옥죄어왔다. 자신의 살생에 대해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하루하루가 외나무 줄타기처럼 아슬아슬했던 과거와는 다르게 혼자만의 생각을 가질 시간이 충분해진 지금, 과거뿐만 안니라 지금도 여전히 쌓이고 있는 자신의 과오가 그를 덮쳐온다.


성재는 끊임없이 느껴지는 갈증에 허덕이고 있었다. 모든 것에 흥미가 떨어지고 이내 무기력해졌다. 근 2년간 기방을 원 없이 다녔다. 기방에만 갔는가, 조금이라도 재미있어 보인다면 어디든지 갔다. 누군가가 그에게 ‘독파’라는 곳에는 분명 자신의 흥미를 앗아갈만한 게 있을 거라고 했다. 그에 기대하며 들어간 내부에서는 ‘개싸움’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멀쩡한 곳이 단 한 군데도 보이지 않는 개들을 데리고 서로 물어뜯는 광경을 보며 좋아하는 이들을 보니 역겨움이 밀려왔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자신도 별다를 것이 없었다, 아니 더 심할지도.

회상에서 벗어나 몸을 일으킨 성재는 지속되는 지루함에 그냥 궁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기방을 나가기 위해 문을 향해 걸어가던 그의 시야에 한 소녀가 걸렸다. 차림새로 보아 옆에 있는 남자와 부녀지간인 것 같았는데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환히도 웃고 있었다. 왕자인 나는 이렇게 괴로워하고 있는데, 고작 노비의 신분을 가지고 웃기게. 실로 망나니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생각이었다.

"섭아"

성재가 부르자마자 어딘가에서 그를 호위하고 있던 창섭이 나타났다. 평소와 다른게 있다면 복면으로 가려진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는 걸까.

'아.. 제발, 이 뒤엔..'


''거슬린다."

성재가 창섭을 보며 만들어진 듯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그들이 거슬린다고 말한다. 그에 창섭이 바라본 곳에는 마당에서 웃고 있는 노비와 그 딸이 아무것도 모른 채 여전히 웃고 있다. 그 모습을 보니 그들에 자신의 아버지와 여동생이 겹쳐져 생각나기 시작했다. 말없이 보고만 있던 창섭과 성재의 존재를 눈치챈 그들이 급히 바닥에 붙어서 벌벌 떨기 시작했다. 도저히 그들에게 다가갈 수가 없다. 머뭇거리는 창섭에 성재의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창섭은 성재가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는 것을 인지했으나 여전히 저들에게 다가갈 수도 없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성재의 싸늘한 시선에 살갗이 얼어붙는듯한 착각이 들었다. 무서웠다. 그러나 더 이상 죄 없는 사람들에게 칼을 겨누지도 못하겠다.

“ 갑자기 내 말을 못 알아들을 리는 없고, 그럼 무시하는 건가?”

창섭은 살면서 이토록 두려운 적이 없었다. 아까는 살갗이 얼어붙는것 같았다면 지금은 도려내지는 듯하다.
흐음, 갑자기 뭐 하자는 걸까. 반항이라도 한다는 걸까? 뭐, 뭐가 됐던 창섭의 행동이 건방지다는 것은 달라지지는 않는다. 짧게 생각을 마친 성재의 눈동자는 천천히, 그리고 집요하게 창섭을 훑으며 위에서 아래로 내려갔다. 창섭은 눈 주위를 제외하곤 모두 복면으로 가려져 있었다. 검은 복면과는 확연히 대조되는 그의 눈가의 피부는 새하얬다. 마주친 눈동자에는 두려움, 망설임 그리고 죄책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난데없는 죄책감의 등장에 멈칫한 성재의 머릿속은 창섭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애초에 별생각도 없었던 두 노비에 대한 흥미는 이미 떨어진지 오래였다. 그는 그저 창섭의 반응이 궁금해졌을 뿐이다.

"네가 내 명을 이리도 무시하니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겠구나. 허니, 훈이라도 나와서 내 체면을 살려야겠구나.”

성재가 말을 끝내자마자 일훈이 모습을 드러냈다. 빠르기도 해라.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일훈이 그들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창섭이 일훈을 막았다.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창섭에 일훈이 놀랐고 그를 보고 있던 성재도 놀랐으나 이곳에서 가장 놀란 것은 창섭이었다.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는 그들을 그는 냉정하게 외면할 수 없었고 자신의 생각을 채 정리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튀어나갔다.

언제부터 자신이 이렇게 남을 생각했단 말인가. 며칠 전까지 갈 필요도 없이 어제저녁까지만 해도 성재의 말에 따르지 않는 자신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일. 서늘함이 느껴지는 등골에 재빨리 바라본 성재는 지금의 창섭으로썬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 기절이라도 해서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

창섭은 일어날 리 없는 일을 기대하며 기적을 바랐다.



"…뭐 하자는 거지?"
".. 저하, 이들은 아무런 죄가 없다는 걸 이미 아시지 않으십니까. 이런 의미 없는 살생은 이제 그만하셔야지요. 모든 일에는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소인, 훗날 전하께 해가 되어 돌아오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창섭은 저가 말하면서도 속으로  쓴웃음을 삼켜냈다. 자신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 날이 오다니. 자신의 생각해도 한없이 같잖은 변명이었다.

" 하하, 날이 갈수록 말주변이 느는구나. 그래서 지금 네가 하고 싶은 말은 저 노비들이 나에게 위협이 될 거라는 거더냐? 재미 지구나, 건방지고. 그래, 그렇게 저들이 중요하다면 네가 내 무료함을 달래주면 되겠구나."

아이같이 천진한 미소를 지은 것은 성재였고, 멍청한 표정으로 돌 같이 굳어버린 것은 창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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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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