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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은] Blut

뱀파이어 이민혁 x 인간 서은광 / 재업

*포르피린병: 낮에 햇빛을 받으면 피부에 물집이 잡히고 가끔가다보면 잇몸이 붓거나 괴사해 상대적으로 길고 삐쭉하게 드러난 듯한 치아 모양이 나타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 질환에 걸린 사람들은 낮에 활동이 어려워 밤에 주로 활동을 하고, 날카로운 송곳니를 보이는 경우가 있어 뱀파이어 증후군이라고 하기도 한다.                                                              

쨍그랑-

"저리가,이 괴물아!"

"우리엄마가 너는 사람의 피를 먹고 산다고 그랬어, 소름끼쳐!"

"너 햇빛아래에 가면 타서 죽는다며? 니가 정말 사람이라면 나와봐!"

오늘도 어김없이 들려오는 유리창이 깨지고 부서진 틈 사이에서 들려오는 소리들. 역시나 창문 밖에는 우릴 괴롭히고 있는  꼬마의 탈을 쓴 작은 악마들이 언제나처럼 서성거린다.


Blut 

w.아카


 중세시대 프라스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은광은 선천적으로 포르피린증을 앓고 있었다. 다른말로 뱀파이어 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이 병은 은광에게 절망과 괴로움, 증오 같은 온갖 나쁜 감정을 알려주었다. 태어났을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빠짐없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괴롭게 만든 악마의 저주. 사람들은 이 병을 악마의 저주라 했다. 악마의 저주라. 은광은 그 말을 들었을 때 실소를 흘리며 속으로 생각했었다. 정확한 표현이네, 악마의 저주라는 말이 이토록 잘 어울리는 말이 또 있을까.  

 햇빛을 조금만 쐬도 금방 빨갛게 변하며 심하면 불집까지 잡히는 피부탓에 어렸을때부터 낮에 밖에나가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는 삶이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어렸을 때의 은광은 눈부신 햇살 아래에서 뛰어노는 제 또래의 모습들에 언젠가는 저도 저렇게 나갈 수 있지 않을 까 하는 기대를 품었던 적도 있었다. 물론 현재까지 그럴 기회는 일어나지 않았다.

 은광이가 사는 마을은 그리 크지 않아서 마을안의 모든 사람들은 서로서로를 알기에 충분했다. 은광의 엄마도 마찬가지로 모두를 알았고, 모두가 그녀를 알았다. 그곳은, 매우 작지만 더 없이 풍요로웠기 때문에 큰 문제를 보기에 쉽지 않은, 지극하 평화롭고 단조로운 마을이었다. 근데, 그런 말을 들어본 기억이 있지 않아?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은 평화로우면 평화로울수록 자극적인 일에 더욱 크게 반응한다는거. 은광의 마을은 작았으나 '그' 소문이 돌기 시작한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기에 비교적 소문을 접하는 시간이 빠른 편에 속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누군가에 의해 들어온 괴물에 대한 소문은 순식간에 작은 마을을 뒤덮었고, 마을 안의 모든 이들이 그 이야기를 알았다. 


"미엘! 그거 들었어? 이번에 파리에 갔다왔던 아르가 말해줬는데 지금 파리 전역에서 피가 다 빨린채로 죽어있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데! 일부 사람들이 그들을 뱀파이어라고 불렀는데, 그 뒤로는 쭉 그렇게 불린다나봐. 그들의 피부는 시체와 같이 창백한데, 살아있는 생물의 피를 먹으며 살아간데. 게다가 햇빛을 싫어한다는 말도 있어!"

"뭐? 끔찍해! 우리 마을엔 안 들어오겠지?"

"그럼! 당연하지~!우리마을 같이 외딴곳에 떨어져있는델 왜 오겠어! 혹시라도 온다면 내가 무찌르지 뭐!"

"뭐~? 하하, 그게 뭐야. 역시 그렇지? 앗, 엄마가 부른다! 내일봐~!"



 이미 마을 안에 그런 소문이 났다는 거로도 충분히 안좋았지만 더 최악은 그게 바로 은광이 태어나기 한달전이었다는 거겠지. 마을사람들은 쉴새없이 뱀파이어에 관한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은광의 엄마는 은광이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은광의 피부가 햇빛에 닿으면 안된다는걸 알게되었을 때 필사적으로 그 사실을 숨겼다. 실로 옳은 선택임에 틀림 없었지만, 앞서 말했듯 은광의 작은 마을에서 비밀이란 지켜질 수 없는 단어였다.  곧, 다른 사람들도 알게되었고 걸음마를 체 떼기도 전이였던 은광을 향해 괴물의 자식이라며 그를 향한 욕과 함께 비난하는 말들이 쏟아져 내렸다. 그들은 그에 그치지 않고 은광의 엄마에게도 손을 뻗으며 그녀가 괴물과 한패일거라며 두 모자를 벼랑끝으로 내몰았다. 물론 이 작은 마을에도 소문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존재했지만 그들은 아주 극소수였을 뿐만아니라 함께 엮여서 자신까지 뱀파이어 취급을 받게되는건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비겁한 침묵을 택하고 두 모자를 외면했다. 이 작은 마을안에서 은광의 엄마는 온갖 궂은일을 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은광을 키워냈다. 은광이 자신에 대한 타인의 시선을 몰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해가 지고난 후에도 여전히 밖에는 사람들이 존재했고 그들이 은광을 향해 수근거리는 소리를 전부 막는건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었다. 굳이 밤이 아니여도 오전에 아이들이 몰려와 집의 창문을 깨는건 거의 일상이였기에  마을을 떠나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소문의 출처인 도시로 나간다는 것은 이곳에서의 삶과 별반 다를게있을꺼 같지도 않았고 그럴만한 돈도 없었다. 은광이 이제막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걸 끝마쳤을때쯤 그때까지 버텼다는 듯 은광의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평소와 다름없는 평범한 날이었다. 집밖으로 나갔다가 집 주변의 아이들이 집을향해 던지려던 돌에 맞아 쓰러지며 바닦의 돌위에 머리를 잘못 부딫히게 되었던 날은. 당연하게도 마을안의 다른 사람들은 도와주지 않았고, 올때가 되었는데도 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며 집안에있었던 은광이 소란스러움에 창밖을 쳐다보았을 때에는 이미 늦은 뒤였다. 그대로 뛰쳐 나가니, 아직 빛을 내고 있는 태양이 눈부셨고, 살이 타들어가는 것같은 착각이 일었다. 그럼에도 눈 앞에 보이는 자신의 엄마의 모습에 한발작, 한발작 멈추지 않고  다가가 그녀를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왔으나 은광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동안 들어왔던 온갖 욕설에도 느껴보지 못했던, 차원이 다른 증오와 원망, 그리고 슬픔이었다. 가슴 깊숙한 곳에 그들을 향한, 그리고 무력한 자신을 향한 분노를 짓이겨 새겨놓으며 은광은 다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들에게 복수하리라.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혹, 죽어 지옥에 가는 일이 생길 지라도 내 모든 것을 바쳐 그들을 저주하리라. 


 은광이 민혁과 처음 만나게 된건 그로부터 2년이 지난 겨울의 밤이였다. 그날따라 유난히 더욱 선명한 엄마의 잔상에 문득 훤히 빛나는 달이 생각난 은광은 강가에 나가 보기로 결정했었다. 그 강가에서 은광은 민혁을 보았고, 그 짧은 만남에 훗날 그의 인생은 통째로 뒤집히게 되었다. 달빛 아래서 그 은은한 빛을 홀로 받아내고 있는 민혁의 모습은 그동안 은광이 봐왔던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다웠다. 뺨과 옷위에 묻어있는 피 마저 한 폭의 그림같았다. 그 것들로 인해 민혁의  모습은 위태로워 보이기까지한, 한층 더 아름다워 보였다. 그 소름끼치는 아름다움에 이끌리듯 그를 처음봤음에도 불구하고 은광은 기꺼이 어둠 속에서 빠져나와 달빛아래에 모습을 드러내며 그를 향해 다가갔다. 다가가며 마주친 눈은 새빨간색을 띄고 있었고, 눈빛 또한 매우 강렬하여 은광이 잠시 주춤하게 만들었지만 은광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다가섰다. 마침내 이야기를 나눌정도로 가까워진 은광의 눈엔 오로지 민혁만 보였다. 하늘에서 홀로 빛나는 아름다운 달도, 눈 앞의 남자가 입은 옷 위를 덮고 있는 피도 아닌, 오로지 눈 앞의 남자만이. 

"당신은 누구인가요?"

"..이민혁이라고 합니다. 이사갈곳을 찾으며 방황하던차에 우연히 이 아름다운 마을을 보게되어 들어오게 되었답니다."

다가오며 보았던건 착각이였는지 민혁의 눈동자는 자신과 같은 평범한 고동색이였고 눈빛 역시도 전혀 무섭지 않았다.

"..이민혁. 당신과 잘 어울리는 이름이네. 그치만 이 마을은 이사오기 적당한 곳은 아닌것 같으니 오늘 하루만 보내고 내일 아침이 되면 떠나시는게 좋을거에요."

"왜요? 이렇게 아름다운 경치를 가진 마을은 처음인거 같아 매우 마음에 드는걸요."

"..이 마을 안에는 괴물이 살거든요. 자신과 다르면 죽이려드는 괴물들."

"괴물이요? 아, 혹시 20년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뱀파이어 말하시는 건가요? 그렇다면 걱정마세요. 그렇게 안보여도 제가 뱀파이어 헌터랍니다. 이 피가 바로 그 녀석들거죠. 혹시라도 이 곳에 나타난다면 제가 처리할께요."

"아뇨, 그런데 뱀파이어 헌터시라구요? 아, 그러셨구나. 밤이 늦었으니 전 이만 들어가볼께요. 안녕히 가세요."

"네?저기.."

 민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은광은 서둘러 집안으로 돌아왔다. 저 남자가 뱀파이어 헌터라니, 내일 아침이되어 다른 사람들과 얘기한다면 분명 그도 나에대해서 알게되겠지. 혹, 나를 죽이려고 한다면 어떡해야할까 라는 둥의 고민을 하며 은광은



 그날 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다.




 민혁은 올해 1129살이 된 뱀파이어였다. 으레 소문이 부풀려지듯 뱀파이어에 관한내용도 그랬다. 소문 중 맞는 부분이라곤 피를 먹는다는것과 뾰족한 송곳니밖에 없었으나 이로인해 인간들의 의심에서 벗어나 살아갈수 있었기에 불만은 없었다. 대충 눈치 챘듯이 뱀파이어 헌터라고 불리는 집단은 사실 뱀파이어가 만든 뱀파이어들만의 조직이었다. 그러나 민혁이 이사할곳을 찾는다는 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파리에서 20년동안 그저 자신이 동안이라 늙지 않는 척 사는것도 슬슬 힘들어지기 시작한 시기가 오고야 말았다. 아, 그 치들은 멍청해서 참 좋았는데. 조금 아쉽네. 본래의 계획은 오늘 오후쯤에 도착하는 것이었지만, 오늘 길에 산속에서 예상치 못하게 피를 흘리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는 바람에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결국은 배는 불렀지만 밤 늦게야 미을에 도착하는 바람에 잘곳이 없던차에 만난 은광에 잘됐다 싶었던것도 잠시,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은광이 도망치듯 가버리니 그의 집에 쳐들어가는 예의 없는 짓을 할 수도 없었던 은광은 강가 근처에서 역시나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각기 다른 이유로 잠들지 않고 보낸 밤이 지나고 마을에 아침이 밝아오자 마을안은 소란스러워 지기 시작했다. 젊고 잘갱긴 대도시에서 온 남자. 

"파리에서 이사를요?"

"이름은 뭐에요?"

  쏟아지는 질문에 대답하면서도 마을안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 은광의 모습에 의아해진 민혁은 마을 주민에게 물어보려다 자신이 그의 이름을 모른다는걸 깨달았다. 아쉬운대로 어제 달빛아래에서의 은광의 모습을 떠올리며 묻는 수밖에.

" 그런데, 마을 주민은 이게 다인가요? 어제 강가에서 만났던 분이 안보이네요."

"강가요? 설마..생김새가 어땠는데요?"

"? 아,음.. 피부가 하얫던거 같네요. 머리카락은 조금 덥수룩 했던거 같기도 하고, 송곳니도 살짝 날카로워 보였네요."

"아..세상에..! 민혁씨, 그 사람은 저희 마을에 살고있는 괴물이에요! 그러고보니 파리에서 오셨으면 당연히 뱀파이어에 대해서도 들어보셨겠네요!"

"네?네, 들어봤죠. 근데 뱀파이어라니..? 설마 그분이 뱀파이어라는 말씀이신가요?"

"네! 그 사람은 해가 떠있으면 밖으로 나오질 않아요! 게다가 몇년전에 한번 나온적이 있었는데 햇빛에 닿자마자 살이 타들어갔데요, 너무 소름끼치지 않나요? 거기에 날카로운 송곳니라니,"

"하하, 에르, 그는 뱀파이어가 아니랍니다. 뭐, 들어보니 그동안 무슨일이 있었는지 잘 알것 같네요."

 민혁은 지금껏 저런 증상을 가진 사람은 몇몇 본적이 있었다. 저런 이들이 뱀파이어라니. 웃기지도 않다. 아, 저들은 같은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겨우 이런 이유로 한 사람의 평생을 혼자 지내도록 만들었다니 정말 어리석은 종족이 아닐수가 없다. 어제 이사오기 적당하지 않을꺼란말은  이소문을 내가 알게되는걸 염려하던거였나. 다시 생각해보니 괴물은 뱀파이어를 뜻하는게 아니었구나. 이제야 내가 뱀파이어 헌터라는 말을 듣고는 잔뜩 굳어서 도망치듯 사라진것도 이해가 된다. 심지어 하나뿐이였던 혈육도 이 마을사람들에 의해 죽었다니 원망과 증오심에 괴로워 하는 중이겠구나. 


 그날 밤 민혁은 곧장 은광의 집으로 향했다. 부러 큰 목소리로 다른 사람을 데려왔고, 충분한 시간이 흘렀다고 느껴졌을 때  목을 물어 피를 마셨다. 피를 마시기 시작 했을때부터 다 마셨을 때 까지 민혁의 불꽃같이 붉은 눈동자는 은광의 집을 한 순간도 벗어나지 않았다. 마치 그 눈동자가 집앞의 문을 뚫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아서 은광은 작게 흠칫 떨었다. 물론 은광은 그 광경을 아마 처음 민혁의 목소리가 들린 뒤부터 쭉 창문으로 보고 있었다. 민혁이 식사를 끝마치고도 한참 뒤, 기다리다 지친 민혁의 언제 쯤 나올거냐는 말에 복잡한 얼굴을 한 은광이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 당신은 뱀파이어인가요?"

"응."

"진짜, 살아있는 생명체의 피를 먹는다는 그 뱀파이어..?"

"그래."

그렇다면 제발, 내가 이 오랜 염원을 이루길 도와줘. 

"당신이 정말 뱀파이어라면, 정말로 그렇다면.. 부디 이 마을 사람들을 전부 없애주길 바라요."

"전부? 그게 니가 원하는 건가? 그럼 넌 나에게 뭘 줄수있지?"

"제게 있다면 뭐든지. 피를 원한다면 내 마지막 피 한방울까지 전부다 드릴께요.이미 세상에 대한 미련은 버린지 오래니까."

"좋아. 이 마을안에서 인간은 너 하나면 충분할테니."




 단 하루였다. 이 작지만 풍요로웠던 마을안의 모든것이 재가 되고 모든 사람들이 흙으로 돌아가게 된것은. 수많은 사람들의 비명소리로 소란스러웠던것도 잠시, 곧 모든 것이 사라지자 마을은 당연하게도 지나치게 고요하다. 드디어 은광이 그토록 바라왔던 복수가 끝을 맞이했다. 자신과 자신의 엄마에게 삿대질 하던 손가락은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고, 욕을 하며 찡그리던 얼굴은 뒤틀려 있었다. 그 끔찍한 광경을 바라보며 한번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던 은광은 그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무렴 상관없는 일이었다. 모든 것이 끝난 지금, 지금부터는 이 자리에서 은광은 살아갈것이다. 이민혁, 이 소름끼치도록 아름다운 남자와 함께. 영원토록.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을 만큼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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