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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각] 감방라이프

7투비의 탈옥 일지

햇살이 쨍쨍한 오후, 이 살을 찌를 듯이 내리쬐는 햇볕을 고스란히 맞는 것도 피하지 않고 이 많은 죄수들이 하나같이 철장에 붙어있는 이유가 있었는데,

" 빨리빨리 안 움직여?"

 오늘이 바로 한 달에 한 번 신입 재소자가 들어오는 날이었으니,충분한 이유가 되었을꺼라 믿는다. 교도관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그곳에 있는 죄수들을 한차례 훑고 지나간 후엔 언제나처럼 죄수들이 버스에서 하나 둘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버스에서 내려 교도소 안으로 들어가는 무리 사이에는 정일훈이 끼여있었다. 철장 한가운데에서 쓸만한 신참이 있나 둘러보던 한 사내가 그를 보고 미소 지은 것은 덤.


감방라이프

w.키아



 일훈은 자신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안 하려고 노력한다는 게 맞나? 그러니까 믿을 수 있을까, 자신이 지금 미국까지 와서 교도소에 들어가는 중이라는 게. 그는 근 5년 동안 부모님을 설득해서 성인이 되자마자 미국으로 유학을 오는 기적을 맞이하였다. 철옹성 같던 부모님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밤낮으로 영어공부에만 매진했던 지난날의 자신의 노력이 성공의 결실을 맺었을 때란. 여하튼 그렇게 힘들게 올라온 유학이었다. 그런데 이제 막 타지 생활에 적응하는 것만 같았던 딱 1년 차에 접어들던 지난주, 그의 집으로 난데없이 경찰이 들이닥쳤다. 정신 차려보니 자신은 구치소 안에 있더라. 취조를 받으며 알게 된 사건의 정황은 이랬다. 일훈이 살고 있는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보석상에 도둑이 들었다는 것. 평소에 오며 가며 봐왔던 보석상이 털렸다는 건 퍽 안타까웠으나 자신은 형사에게 듣기 전까지 그런 사실을 알지도 못했다. 억울함에 떨어지는 눈물을 함께하며 억울함을 외쳤으나 돌아오는 건 싸늘한 대답뿐이었다.

 그러나 일훈은 결백했고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건 형사에게 듣기 전까지 알지도 못했으니 증거가 있을 리 없었다. 갇혀있는 동안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일훈은 곧 지금은 끔찍하지만 자신은 결국 나가게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랬다. 예로 오늘 오전 일훈이 법정에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그는 내일부터 다시 시작될 자신의 평범한 하루를 기대하며 한껏 기대 중이었다. 그러나 그는 끝내 웃음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검사 측에서 내민 증거들은, 자신을 강도로 몰고 있는 그 증거들은 너무나도 명백했다. 어떻게 자신의 지문이 진열장 안 유리에 선명히도 찍혀있을 수가 있고, 어떻게 자신의 집에서 처음 보는 복면과 검은 옷이 든 봉지가 나올 수 있는 걸까.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반쯤 정신을 놓고 있던 사이에 재판은 빠르게 끝이 났다. 징역 10년, 총기를 들어 형이 더해졌다고 하더라.


다시 교도소의 앞으로 돌아오자. 일훈은 앞으로 큰 이변이 없는 한 자신의 청춘을 앗아갈 교도소의 앞에 서있다. 저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10년 후에 나 나온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았다. 너무 황당하고 어이없어서 눈물이 나오지도 않았다. 유학 와서 누명을 쓰고 그로 인해 10년간 감옥생활이라니 참으로 스펙터클한 인생이었다.


 일훈이 들어온 지 일주일,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교도소의 삶에 그도 차차 적응해가고 있는 중이었다. 첫 3일은 정말 끔찍했다. 지금이라고 별다를 게 없기는 하다만 새로 들어온 신입 중에 동양인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고 죄수 몇몇이 몰려들기도 했다. 동시에 계속 주위에 있었던 다른 죄수들이 키득거리는 것 같았으나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보이는 무리가 그저 동양인이 별로 없어서 자신을 보러 왔겠거니 싶었던 그의 생각은 처참히 짓밟혔다. 그들은 이 안에서 유명한 '게이'무리였다.  그리고 이 중에는 동양인을 특히 선호하는 사람도 포함되어 있었다. 끔찍했다.


일훈의 방은 2인실이었다. 물론 그의 방뿐만 아니라 이곳의 대부분의 방은 2인실이다. 처음 배정받고 들어간 감옥 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일훈은 천천히 내부를 훑어보기로 했다. 방의 오른쪽엔 이층 침대가 있었다. 그 바로 앞에 변기가 있었고 변기의 옆에 세면대가 있었다. 그리고 세면대의 옆에 있는 책상 하나. 그게 일훈의 방의 전부였다. 이 작은방에서 자신의 청춘을 보낸다니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그 순간 일훈의 소원은 제발 이 방의 다른 주인이 정상이길 바라는 것이었다.

 자신의 감옥 첫 룸메이트의 첫인상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일단 잘생겼지 않은가. 게다가 말은 별로 없었으나 이상해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채기 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일주일 동안 통성명하나 하지 못하고 지켜보기만 한 결과 일훈은 자신의 룸메, 죄수번호 502번이 싸이코패스인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들어오자마자 시작됐었던 지옥 같던 3일은 다른 사람이 다가오기만 해도 떨고 있는 일훈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만들었다. 그 새끼들은 일훈을 다시 건드리지 않았으나 이미 지독한 트라우마로 각인되어 버렸다. 때문에 혼자 다니며 일훈은 이 교도소 내부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다. 출소할 때까지 이곳에서 그들에게 휘둘리며 사는 것은 절대 사절이었으니. 이런 곳의 내부 사정 따윈 아무것도 몰랐으나 일훈의 눈에도 이곳의 왕으로 보이는 사람이 보였다. 그리고 그의 주변에 있는 그의 무리도. 우락부락한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그 무리의 대장으로 보이는 저 남자, 아마도 이 교도소의 실세가 분명할 그는 동양인이었다.


 아마 저들은 자신의 훌륭한 방패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가까워지기만 한다면. 방법을 모색하느라 나에게 다가오는 인기척도 느끼지 못하고 생각에 빠져있다가 그 인영이 내게 말을 걸고 나서야 겨우 생각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근데,, 또 동양인이다. 물론 같은  인종이란 건 반갑다. 근데 무슨 일이지..? 의지와는 다르게 손발이 떨려오는 게 느껴진다.

"안녕? 네가 새로 들어왔다던 그 동양인 죄수지? 난 서은광이야!"

순식간에 지나간 은광의 말에 대답하려 일훈이 입술을 떼었으나 떨리는 손발에 목이 잠겨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어.. 왜 그렇게 떨어. 긴장 풀어~"
"하하, 네. 아, 저는 정일훈이에요."
"응응~. 근데 너 한번 본건 절대 안 까먹는다며? 진짜야?"

 아마 은광은 이미 일훈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마음 한편에 피어오르는 께림직한 감정을 두고 일훈은 절대 까진 아니지만 그런 편이라는 긍정의 답을 내놓았다. 어쩌다 보니 은광과 함께 다니게 된 일훈은 영문은 몰라도 잘 됐다고 생각했다. 평생 함께할 거라고 생각했던 떨림은 어느새 멈춰있었다.


다음날 점심. 일훈은 여기 들어오고 나서 처음으로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었다. 고작 함께 밥을 먹을 사람이 생겼다는 사실에 눈물이 날것 같았으나 이곳에서 눈물을 보이고 싶진 않았던 꾸역꾸역 밥 먹는 데에만 집중하려 노력했다. 그러던 와중에 눈에 띈 무리가 있었으니, 전에 자신이 이곳의 왕이나 다름없을 거라고 집작했던 '그'의 무리였다.

"형, 저 사람들은 누구예요?"

일훈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본 은광이 잠시 생각하는듯하더니 이내 대답하기 시작했다.

"아, 참! 내가 여기 소개도 안 했어? 넌 온 지 얼마 안 돼서 아는 것도 별로 없었을 텐데. ...."

 현식과 그의 무리를 시작으로 은광은 일훈에게 대충 교도소 내부의 사정을 알려줬다.

먼저 임현식과 프니엘. 전 러시아 조직의 보스였던 임현식과 그의 오른팔이었던 프니엘. 그곳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현식의 조직은 규모도 제법 큰 편이었다. 그런 그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냐 함을 들어보니 임현식은 원래 그의 부하들과 함께 증거 불충분으로 풀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내부에서 배신자가 나왔던 건지 원래 심어져 있었던 스파이였는지 너무나도 확실한 증거들이 나왔고 그 길로 감옥행이었다는 거다. 감옥에 들어온 뒤로 항상 복수할 생각만 한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는데 장난이겠지.

 그다음엔 이창섭. 둘이 이야기하고 있던 곳에서 제법 멀리 떨어져 있던 창섭을 가리키며 은광이 하얀 사람이라고 말하자 일훈도 대충 누구를 가리키는지 알게 되었다. 백인들 사이에 있어도 눈에 띄는 흰 피부를 가진 창섭은 이 교도소 안에 꼭 필요한 존재라고 했다. 술, 담배, 마약 못 구하는 게 없지만 성질도 더럽다. 혹여 콩고물이라도 떨어질까 친해지려 들이댄 사람들은 적지 않았지만 성공한 사람은 없었다는 은광의 말처럼 참.. 창섭은 성격이 더러워 보였다.

그래도 우리도 필요한 게 생기면 굽히고 들어가야 한다며 농담 아닌 농담을 한 은광은 마지막이라며 육성재를 가리켰다. 그의 손끝을 따라간 일훈의 눈에 구석에 있는 자신의 룸메이트가 보였다. 은광의 설명에 의하면 그는 정말 싸이코인듯 했다. 아, 이젠 조금 순화해서(?) 또라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교도소 안에서도 또라이로 유명하다던 육성재는 사람을 죽이고 들어왔을 거란다. 사실 정확한 건 아니지만 나도 동감. 잠자코 조용히 듣고 있던 일훈은 자신이 성재와 그럭저럭 잘 지내는 은광의 말에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일주일 동안 말이라곤 한마디밖에 못 해본 일훈으로썬 퍽 억울하게 느껴질 법도 하지만 이어지는 말을 들음으로써 그런 생각도 쏙 들어갔다고 한다. 대표적인 사건으로 일훈이 오기 전 일훈의 자리를 쓰던 남자는 성재에 의해 머리가 찢어졌단다.

지난날의 자신을 되돌아보며 성재가 오늘도 자신에게 관심 없기를 바라며 자신의 침대에 누웠다. 혹시라도 내려올까 뜬눈으로 밤을 지세운 일훈의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진하게 내려와있었다. 초췌한 몰골로 운동장에 나갔으나 역시나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ㅎ) 살짝 머쓱해진 일훈은 한시라도 빨리 관심사를 돌리기로 하곤 오늘따라 보이지 않는 은광을 찾았다.

"어,,!"

은광을 발견하곤 큰소리로 부르려 입을 열었던 일훈은 그의 옆에 있는 사람을 보고 조용히 자신의 입을 닫은 후 그곳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그러니까 저 사람이.. 이창섭이었지? 성질 엄청 더럽다던..
어제 은광이 가리키며 직접 소개해줬던 사람. 구하지 못하는 게 없다고 하던데 과연 맞는가보다. 일훈이 채 가까이 가기 전에 뛰어온 다른 재소자 한 명이 절박한 표정으로 창섭을 잡고 뭐라 사정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뭐가 거슬렸던 건지 그를 발로 차버리는 창섭. 일훈은 가까이 가기가 무서워졌다.
 안 그래도 무서웠지만 방금 그의 횡포를 실제로 목격한 결과 일훈은 은광과 창섭의 대화가 끝날 때까지 말을 걸지 않기로 했다.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둘의 곁에서 조금 떨어져 어정쩡하게 서있던 일훈은 대체 저들은 무슨 이야기를 저렇게 오래 하나에 대해 고민 중이었다.

" ... 응? 그니까 구해주라고 부탁하는 거지!"
"아, 근데 정말 이번 주 안에는 안돼. 다음 주 월요일에 줄게."
"아니, 그럼 4일을 기다려야 하는데.., 어?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

앗 너무 가까이 있었나. 주위에 있던 일훈을 발견한 은광이 일훈을 향해 말을 했고 자연스레 창섭의 시선도 일훈을 향했다. 어색하게 웃음 지으며 방금 왔다고 대답한 일훈은 은광에게만 시선을 고정시키려 애썼다. 나아진 줄 알았지만 처음 본 사람 앞에서 여전히 떨리는 자신의 손을 감추려고. 애써 머리를 굴리며 화제를 생각해낸 일훈은 입을 떼었다.

"아, 형 뭐 필요한 거 있으신가 봐요."
"응, 들었구나. 별건 아니고 드라이버."

..심히 별거 같은데..?

"아,, 드라이버요.. 하하,,"
"음, 그래서 이전에 사갔던 사람은 없나? 4일이면 너무 시간 낭비가 심해져."
"어 한 명 있긴 했던 거 같은데.."
"아 뭐야~ 있으면 진작 알려줬어야지! 누군데?"
".. 육성재."
"..."

..갑자기 분위기가 살얼음판이라도 된듯하다. 왠지 모르겠지만 그때 일훈의 머릿속에서 경고가 울렸다. 불안한 예감을 느낀 일훈은 서둘러 도망가려 했으나 이미 은광에게 잡힌 뒤였다. 큰 눈으로 올려다보며 암묵적으로 놔달라고 빌었으나 은광은 단호하게 부탁 아닌 부탁을 했다. ..그래, 육성재의 물건을 뒤져 드라이버를 가져오라고. 젠장, 누가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고 했던가. 눈물 나게도 정확하다,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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