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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섭] 레드 타임.00

좀비 au

w.키아


그저 평소와 다를거 없는 평범하디 평범한 날이었다. 학교의 수업은 지루했고 교실 안은 나른 했으며 창밖의 풍경은 여느때와 같이 평화로운. 그런 날.

그 사건만 없었더라면 내 기억에 남았을리도 없는.


예로부터 우리 학교의 급식은 기대하기엔 이미 수많은 전적을 가지고 있었기에 특별한 날이 아니라면 맛은 포기하는게 좋았다. 특별한 날과는 거리가 멀었던 날이었던 그날의 식단은 역시나 맛이 없어보였다. 밤새기를 밥먹듯이 하는 나는 그런 영양가 없는 밥응 먹는 것보다는 잠을 선택하는 일이 많았고 그날도 예외가 아니었다. 나를 제외한 모든 아이들이 빠져나간 교실안은 한적하고 조용했으니 잠을 자기에 최적의 조건이 아닐 수 없다.

거기에 더하여 비스듬히 들어오는 햇빛이 간직한 따뜻함에 나는 금방 잠이 들수 있었다.

'찌릿(발저림을 표현하는 중)'

아악, 다리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잠에서 깨자마자 다리를 주무르던 나는 곧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진짜 이상하다. 교탁의 위에 걸려있는 시계는 현재 시각이 3시 40분을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평소대로라면 급식을 먹은 후 돌아온 정일훈이 5교시 시작 전에 나를 깨웠을테고 나는 밍기적 거리며 일어나 수업 준비를 해야했다. 그러나 학생들로 가득 차있어야 할 교실 안은 아직 까지도 텅텅 비어있었으며 무언가 불길한 예감이 나를 스치고 지나갔다. 오늘 오후에 이동수업 따위는 없었다. 뭐가 어떻게 된걸까. 혹시 오늘 단축수업이였는데 내가 몰랐던건가 싶기도 하였으나 그대로 걸려있는 친구들의 가방덕에 그 생각은 접어야 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상황에 별다른 생각 없이 바라본 창밖의 풍경은 한 번에 이해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그건, 너무나도 끔찍해서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더 클수밖에 없었으니까. 내 생각이 맞다면 아마 몇시간 전에는 몸안에 있었을게 분명한, 그러니까 생명체의 몸 안에 있었을 피로 보이는 액체가 바닥을 뒤덮고 있었다. 급식실 앞이 가장 많이 고여있었으나 그 뿐만 아니라 화단, 운동장 할거 없이 학교의 모든 곳이 피로 적셔져 있었다. 그리고 나와 같은 교복을 입은 수많은 학생들이 그 위를 걸어다니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간혹 아는 얼굴이 보이는 것이 믿겨질까.

마치 유명한 좀비 영화 속 한장면 같은 그 상황에 자연스럽게도 나는 내가 아직 꿈에서 깨지 못했다고 생각했고 얼른 깨기만을 기다렸다.  그동안 자각몽을 꿔 본적이 없었으니 어떻게 깨야 하는지도 알지 못했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어디선가 주워들은 대로 닥치는대로 꼬집는 것 뿐이였다. 그러나 아무리 볼을 꼬집어 보고 허벅지를 꼬집어 봐도 꿈에서 깨지 않았다.

젠장, 보통 자각몽은 이렇게 생생한가? 내가 그동안 얼마나 꾸고 싶어 했는데 하필 이런..

믿기지 않는 현실을 부정하며 꿈에서 깨기만을 바라던 그때 복도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이 꿈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던 나는 닫혀있는 교실 문을 바라보다 떠오르는 한가지 생각에 재빨리 움직였다. 지금이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 할 수는 없었지만 꿈이라 할지라도 죽고 싶지는 않았으니 수 많은 좀비영화를 통해 단련된 내 머리는 내가 해야할 일을 지시해 주었다. 발소리가 나지 않게, 그러나 신속하게 플라스틱으로 된 빗자루를 앞문과 뒷문에 끼워 놓았다.  

좀비가 문을 열 수 있던가? 그렇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나쁠건 없었다.서서히 머리가 냉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렇게 생생한 것은 이게 정말 현실이여서가 아닐까? 가끔가다 보던 좀비영화가 떠올랐다. 정말 말도 안되지만 창 밖의 저 사람들은 좀비로 보이기에 충분한 외형을 가지고 있었기에 나는 어느새 사람들이 좀비가 되었다는 그 말도 안되는 가설에 납득하고 있었다. 영화속에서나 수없이 봐왔던, 나에게 일어날 거라고는 추호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발생했다. 교실 밖에 좀비가 있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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