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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훈] 생일선물

정일훈 탄생 기념

일훈아, 생일축하해.

근 일주일만에 본 현식이 형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였다. 얼마나 바쁘면 작업실에서 나오지를 않나 싶다가도 그 와중에 내 생일은 잊지 않았다는 사실에 새삼 기쁘다. 그렇지만 형은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좋은사람이니까, 나는 형에게 누구나 중 하나에 불과했다. 

" 어, 응. 고마워. 요즘 왜 이렇게 얼굴보기가 힘들어."

" 그러게, 일주일정도 안본것 같은데 한달은 더 된거 같네. 그리고 이거."

" 응? 뭐야, 선물?"

형이 웃으며 내게 건넨 종이가방 안에 들어있던 것은 까만 모자였다. 까만 모자라면 옷장에 차고 넘친다는걸 형이 모를리가 없었다. 왜 하필..? 살짝 의문스러웠지만 어쨋든 고마운 선물이었다. 

" 에이, 무슨 선물을 다 준비했어. 고마워, 형."

" 잘어울릴것 같네, 나가자."

어딜..? 밑도끝도 없이 나가자는 말만 남겨두고 형은 먼저 밖으로 나갔다. 하긴, 어디로 가는지가 뭐가 중요하겠어. 형이 옆에 있는데.

 따라서 나가려고 종이가방에서 모자를 꺼냈더니 무언가가 툭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응? 무슨 쪽지같은게.. 

일훈아, 생일축하해.

그리고 선물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 그거 나랑 커플이거든. 밖으로 나오면 난 그 모자 쓰고 있을거야. 



..진짜 쪽지였잖아? 근데 뭐? 이 모자가 형이랑 커플이라고? 이게 무슨 의미지? 

머릿속은 온통 물음표로 가득찼음에도 손과 발은 착실히 모자를 쓰고 신발을 신었으며 현관문의 손잡이를 돌렸다. 짧은 쪽지에 써있던, 현식이 형이 썼을거라고 추정되는 그 짧은 글의 내용이 나에게 끼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았다. 무슨 뜻이었을까. 집 앞에서 나를 기다리는 형의 머리에는 내가 쓴것과 같은 모자가 있었다. 형이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반겼지만 나는 웃을 수 없었다.

미리 말해두자면 형은 완벽한 헤테로다, 이건 단순한 내 추측이 아닌 직접 겪은 경험에서 온 결론이었다. 일단 형이 여자친구와 함께 있는 모습은 데뷔하기 전에 본적이 있었다. 그 뿐만이던가. 데뷔후에도 형이 그 사람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고 있는 모습을 종종 봤었다. 물론 아직까지 사귈꺼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1년 정도 흐른 뒤로는 그런 모습을 찾을 수 없었으니까. 그러나 내가 형이 양성애자가 아니라 확실한 이성애자라고  여기는 이유는 직접 들었기 때문이다, 형의 입에서,직접.

형과 유럽으로 단둘이 여행갔었을때 일이었다. 아마 그때쯤의 나는 슬슬 인정했던것 같다. 내가 형을 단순한 우정 이상의 감정으로 좋아한다는 것을. 아직도 그날의 일은 기억에서 생생하다. 형에게 그런 물음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술에 취했던 나는 판단력이 약해졌고 정신차렸을 때에는 이미 형에게 줄곧 궁금해왔던걸 물은 뒤였다. 

" 형, 형은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는거 어떻게 생각해?"

" 응? 상관없긴 한데 주변에 있으면 좀 그럴것 같아. 넌..."

더이상 뒷말은 들리지 않았다. 망설임 없이 나오는 대답에 술이 확 깨었지만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다. 그 뒤로 어떻게 했는지 제대로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 취한것 같다며 침대로 올라갔던것 같다. 그리고 혹여 소리가 새나가기라도 할까 숨죽여 눈물을 쏟아냈다. 처음 겪은 첫사랑은 고백도 하지 못하고 끝이났다.아니, 끝이 났다고 할 수 있을까? 금방 사라지길 원했으나 옆에서 지켜보면 볼수록 형은 좋은 사람이라, 마음은 깊어지기만 한것 같은데. 그러니까 이 모자는 그저 의미없는 장난같은 것일게 분명하다. 그러나 아니라는걸 알면서도 그 실날같은 희망은 기어이 내 마음속으로 들어와 나를 어지럽힌다. 

" 모자 쓰고 왔네?"

" 어..응, 당연하지. 형이 선물로 준거잖아."

순간 형의 표정이 굳은것 같았던건 착각이었을까.

" 일훈아,"

" 응?"

" 왜 모르는척해."

" ..모르겠어. 모르는 척이 아니라 정말 모르겠다고. 이게 커플모자라는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고 지금 형의 태도도 이해가 안가. 형은 이런 쪽.. 이랑 거리가 멀잖아. 근데 왜.. 대체 형한테 나는 뭐야?"

" 누가 그래, 내가 이쪽이랑 거리가 멀다고? 애초애 이쪽은 뭐야. 난 니가 당연히 알고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눈치가 없는거야, 아님 그냥 내가 싫은거야."

" 눈치가 없다니, 애초에 형이 그랬잖아. 동성애자가 주변에 있으면 좀 그럴것 같다고. 몇년전 일이라 기억 못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난.. 그래서 당연히.."

" 상관없긴 한데 주변에 있으면 좀 그럴것 같아. 넌 너무 사랑스럽잖아. 이성만 경계하기에도 바빠."

" ..?"

" 설마 이걸 말하는 거야? 그때 내가 저렇게 대답하니까 니가 일어서서 방으로 들어갔잖아. 제대로 된 고백도 아니었지만 난 그때 한번 차였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무슨.."

헐. 그럼 정말.

" 이왕 이렇게 된거 얼굴보고 제대로 말할게. 일훈아, 좋아해. 아주 오래전부터."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지자 현실감각이 사라진것 같았다. 정말 꿈에서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현실이라는게 믿겨지지가 않아 대답도 하지 못하고 볼이나 꼬집고 있었다. 내가 아무말도 하지 않자 형이 내게 물었다. 

" 대답.. 안해줄꺼야?"

귀여워. 좋아 죽겠는건 죽겠는거고 지금은 귀여워서 죽을것 같다. 울상이라니, 형이 울상을 지은게 나때문이라니. 감당하기 힘든 귀여움에 서서히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래, 나는 지금 고백을 받았다. 그것도 몇년간 짝사랑 하던 형에게. 마음을 접기로 다짐했음에도 커져만 가던 마음이 향하던 주체에게, 고백을.

" 형.. 너무 귀여워."

앗, 속마음이 밖으로 나가버렸다. 

" ..뭐?"

" 아니, 형 나 지금 너무 믿기지가 않아서 꿈같아. 나.. 내가 몇년간 형을 좋아했는.."

" 알았어,알았어. 울지마. 오늘같이 좋은날에 왜 울어, 내가 다 잘못했으니까 울지마."

" ..끕, 아니, 나두..흡,, 울생각 없는데 눈물이..흐끕.."

정말이다. 기뻐서 쌈바춤을 췄으면 췄지 전혀 울생각은 없었는데 눈에선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근데 형 지금 웃는거야?

" 일단 들어가자."

" 웅.."

" 일훈아, 근데 내가 귀여워?"

..응, 근데 지금은 아닌것 같아.못들은척 해야겠다. 

"아닐껄."


..살짝 불안하긴 하지만 어쨋든 오늘은 최고의 생일임은 분명하다. 생일 선물이 너무 완벽하고 또 생일 선물이 너무 완벽해서, 그래서.


___

울 천사 탄신일 기념으로 짧게 써봤습니당~^ 이루나 생일추카행 ! 풋풋한 느낌의 시쿤이 보고 싶단 생각으루 적었는데 잘 모르겠..((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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