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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섭] 호랑이와 멍멍이(上)

섹피가 뭔가요 중종이 뭐야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고 다양한 생명체들로 이루어져 있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그들이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들의 눈에 보이는 우리는 인간이다. 그러나 외향만으로는 절대 알아차릴 수 없는 구조로 이루어진 우리는 인간과 비슷하나 다르다. 다양한 동물들의 혼현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 우리는 이것을 반류라 부른다.


호랑이와 멍멍이 

w. 키아
 



 반류의 사회에서도 계급은 존재한다. 먼저 중종, 중간종, 경종으로 나뉘어진다. 그리고 다시 한번 더, 같은 중종이라고 해도 보이지 않는 계급은 존재한다. 그 중 으뜸은 호랑이였으며 종은 귀한만큼 희귀성이 높았다. 나는 그 중에서도 희소성이 가장 높은 동물인 백호로 태어났다. 한국에서 유일한 흰색털을 가진 호랑이였으니 나는 태어날때부터 이미 완성된 삶을 가지고 있었다.


 일반 호랑이라고만 해도 한국 안에서 그 수가 채 열을 넘기지 못했다. 먹이사슬의 최상위 층을 점령한 호랑이의 힘은 실로 막강하였으며, 나는 그것을 아주 어린 나이에 깨달았다. 실제로 바닥을 기는 것은 아니었으나 내가 초등학교도 졸업하기 전부터 사람들은 스스로 내 밑을 기어다녔다. 고작해야 열살 남짓한 나의 비위를 맞추려고 애쓰는 어른들의 모습은 썩 보기 좋은 광경이 아니었다. 그러나 내 곁에 있던 수 많은 어른들중 누구 하나도 그것을 문제삼지 않았기에 나는 그렇게 컸다.

청소년기에 접어든 나는 무서울 것이 없는 소년이었다. 사실 그 생각은 어느새 스물을 넘기고 성인이 된 지금에서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내가 꽤 특별한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학교에 다니던 때에는 누구하나 나를 돌아보지 않는 이가 없었으며 내 페르몬도 맡은 것도 아니고, 내 혼현이 무엇인지 보지도 못했으면서도 다른 학생들은 나에게 잘보이기를 원했다.


물론 그 수 많은 학생들 중 누군가는 내 혼현을 보았을 수도 있었다. 또 다른 누군가는 내 얼굴을 보고. 집안을 보았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잘 꾸며진 나의 성격을 보았을 터지만 결론은 같았다. 나를 아는 모두가 나와 친해지고 싶어 했으며 뒤에서야 무슨 말을 하던 내 앞에서는 좋은말, 듣기 좋은 말만 한다. 내가 유치원 생이든, 중학생이든, 대학생이던 뭐던간에 나의 혼현이 먹이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위치한 백호라는 사실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언제나 나는 사람들의 머리 꼭대기 위에 위치해 있었을 것이고, 있을 것이다.



***




집안을 보고 다가오는 이가 있다고 말했듯이 성재는 집안까지도 완벽한 사람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대기업에 속하는 식스그룹의 회장이었다. 후계자로 지목될 사람을 공식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직원들은 모두 한가지를 떠올리고 있다. 차기 회장은 이사님이 되실거라는 기정사실화가 된 소문을. 육성재의 나이가 30이 되던 해에 그는 이사가 되었다.  현 회장이 아들에게 주는 생일선물이었다.


남들에게는 몇십년을 뼈빠지게 일해도 돌아가지 않는 자리였다.그러나 그것은 일반인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였으며 성재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누군가는 불공평하다고 여길것이다. 당연했다. 불공평했으니까. 그러나 본래  세상은 태초부터 다양한 불공평함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니 그가 부당함을 외친다 한들 그 누구도 돌아보지 않았다. 사회가 그랬다.

 언제나 그를 찾는 사람들은 넘쳐났다. 그러나 성재는 그들을 찾지 않는다. 다양한 기업들 중 소수의 대기업 자제들은 서로를 알았다. 어렸을 때부터 상대에 대한 정보를 학습했었다. 성재도 그랬다. 궁금하지도 관심도 없는 이들의 정보를 받아 머릿속에 익히도록 교육받았다. 오늘은 몇안되는 이들을 만나 식사를 함께 하는 날이었다. 귀찮고, 귀찮았다.

 가게의 이름과 외향은 꽤나 고풍스러워 보이는 곳이었다. 언제나 그러틋 모임은 시시했다. 기대를 하지 않았으니 실망하지도 않았지만 지류한건 지루한 것이다. 조금의 관심도 일지 않는 남들이 무엇을 먹고 사는지, 얼마나 성공했는지 따위는 그가 신경쓸만한 주제가 되어주지 못했다. 지나가는 직원을 보며 차라리 저 직원의 퇴근 시간이 더 유익하겠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스쳐가는 직원에게서는 미세한 동물의 향기가 흘러나왔다. 개새끼가 걸어다니고 있었다.


워낙 미미해서 놓쳤던 향이었으나 한번 인식하기 시작하니 레이더망에 쉽게 잡히기 시작했다. 워낙 오랫만에 보는 새로운 반류의 등장은 따분한 대화 속에서 그를 빼내어주었다. 사실 그 지루한 대화속에서야 언제라도 성재가 원했다면 그 즉시 자리를 박차고 나올수 있었지만 뒷감당이 귀찮았다. 그러나 슬슬 한계에 다다르는 중이었다. 조금 전의 성재였다면 아마 지금쯤 자리를 박차고 나왔을 것이 분명했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기로 했다. 저 작은 강아지가 지금 하고있는 일은 제법 그으 구미를 당겼다.  희미하게 흘러나오는 강아지 특유의 향을 따라 성재는 그가 있을 화장실로 향했다.  



입구에 직원 전용 화장실이라는 팻말이 붙어있었으나 그런 것을 신경쓸 성재가 아니었다. 문 안쪽에서는 녹진한 향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웃음을 삼키며 문을 열고 들어간 화장실의 안쪽에서는  한 사람의 달뜬 신음소리만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순진하게 생긴 얼굴과는 달리 하는 짓이 제법 대담했다.



'똑똑-.'

"!.."

한창 절정을 향해 달리는듯 하던 신음소리가 일순 뚝 끊겼다. 제법 듣기 좋았던 소리가 사라지자 아쉬운 마음도 없지 않아 들었다.

"혹시 어디 아프신가요? 신음소리가 들리던데, 문 좀 열어봐요."  


 그 어떤 멍청한 사람을 데려와 보더라도 방금것이 아파서 난 소리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았을거다. 일순 쾌락에 젖은 그의 목소리가 머리에서 떠올랐다 사라졌다. 아까 보았던 강아지가 지금쯤  저 안에서 머리 굴리느라 애쓰고 있을 모습이 눈에 선했다. 이윽코 대답이 흘러나왔다.

"...괜찮습니다. 정말 멀쩡해요."

"그럴리가 없어요. 정말 아무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 보아야 안심이 될 것 같아요. 나와 봐요."

"...아니, 정말 괜찮은데.."

 

 나는 정말 그가 걱정된다는 투로 그가 나오지 않는다면 당장이라도 다른 직원에게 알리려는 생각을 가진듯 이야기 했다. 잠시 망설이고 있는것 같았지만 문 뒤의 강아지는 결국 문을 열고 나올 수 밖에 없다. 잔뜩 고민을 한듯한 얼굴은 불안함과 귀찮음이 잔뜩 엉켜있었다.


"멀쩡한거 확인하셨으니 이제 되셨나요? 참고로 여기는 직원 전용 화장실이에요. 다음부터는 맞은편 복도 끝 쪽으로 가세요."

"네, 그럴게요."

깔끔하네. 중간에 끊긴건 짜증나지만 손님한테 짜증낼 수도 없는 일이다. 눈 앞의 남자가 내뱉은 깔끔한 대답에 창섭은 대충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아니, 나가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낯선 무게감이 느껴지는 손목에 출구로 향하던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남자는 아직도 창섭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눈 앞의 남자의 얼굴은 뭐하나 부족한 점 없이 완벽했으나 무언가 오싹한 느낌이 창섭을 훑고 지나갔다. 동물의 감이었을까.



"창섭씨?"

"네, 네?"

"몇시에 끝나요?"

대답하면 안될것 같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으나 대답하지 않아도 안될것 같았다.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성재의 질문에 무어라 다른 말을 하려다 입술만 오물거리고 말았다. 처음 봣을 때는 긴가민가 했으나 이제는 확실히 알것 같았다. 눈 앞의 남자는 나라에 하나라는 그 백호였다. 짧은 생각을 끝마치고 시간을 말했다. 저가 끝나는 시간이 엄청난 비밀이었던것도 아니고 어짜피 말하지 않는다 한들 그가 다른 이에게 묻는다면 금방 알아낼 수 있을 것이었다. 그저 창섭은 빨리 자리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에 휩싸여 있었다. 대답을 들은 그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창섭의 손을 놓았다. '기다릴게요.' 진담인지 농담인지 알수없는 말을 남기고 그가 먼저 문 밖으로 사라졌다.



그는 진심이었다. 평소와 같이 늦은 시간에 가게에서 나왔다. 보통은 사람이 몇 다니지 않는 곳이었다. 오늘도 사람은 몇 지나다니지 않았으나 평소와 다른 점이 눈에 띄였다. 창섭의 월급으로는 절대 살 수 있을리 없을 듯한 차가 눈 앞에 서있었다. 놀란듯한 자신의 얼굴이 비치던 창문이 내려가고 남자의 얼굴이 들어났다.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창섭씨. 지금처럼 늦은 시간에 혼자 다니면 위험해요."

"...왜 여기 계세요?"

설마 하는 생각으로 던진 물음이었으나 머릿속에 피어나는 생각을 확신시켜준 것 뿐이었다. 나를 기다렸다고 말하는 남자가 나에게 차에 탈것을 권한다. 그러나 창섭은 알고 있었다. 저에게는 그의 말을 거절할 수 있는 힘이  없었다. 말이야 권했다고 표현하였으나 이것은 사실상 명령이다. 눈 앞에 보이는 백호에 동물센서가 위험을 탐지하였으나 창섭은 차의 문을 열었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 가득찬 생각은 하나의 속담이었다. '호랑이에게 물려 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창섭을 위해 만들어진듯 그의 상황에 꼭 어울렸다.



자동차 안에서 그는 창섭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저 뚫을 듯한 시선으로 창섭을 바라보았다. 저를 정말 뚫기라도 할것만 같은 기세에 부러 창섭은 그 시선을 모른채 하였으나 어둠에 가려진 그의 귓볼은 조금 붉어졌다.


 일분 일초가 평소보다 배는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았던 시간이 끝나고 남자의 집으로 보이는 건물앞에 자동차가 멈춰섰다. 시선을 거둔 남자가 창섭에게 따라오라 손짓했다. 어느새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창섭의 월급으로는 꿈도 꾸지 못할 아파트였다. 남자의 얼굴은 여전히 가면같은 미소를 가지고 있었고 그 가면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남자의 집안은 깔끔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깔끔함을 뽐내는 가구와 벽지가 그와 어울렸다. 창섭이 벽지와 가구 따위들을 보고 있을때 성재가 와인 두 잔을 들고 나왔다.

'마셔요.' 눈치를 보며 잠시 멈칫했던 창섭이 와인잔을 쥐고 입으로 가져간다. 누누히 말해왔던 대로 그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창섭이 술에 강하다는 사실이었다. 창섭은 성재를 따라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평소에도 자주 그래요?"


"네? 아.. 아뇨."

주어없는 성재의 물음에도 창섭은 용케 알아듣고 대답을 했다. 사실 창섭은 그것을  일주일에 서너번 꼴로 해왔으나 사실대로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어떤 사람이 저 물음에 '네, 그래요.'하고 대답을 할까. 대부분의 사람이 일단 부정하고 볼 것이다.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던 성재가 다시금 올곧은 시선으로 창섭을 바라보았다. 저를 바라보는 성재의 눈동자가 자신에게 '정말?' 이라며 묻는듯한 느낌을 받은 창섭의 눈동자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했다. 


"창섭씨, 우리 게임할까요?"


뜬금없이 그의 입에서 게임이라는 단어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지금의 분위기를 보아 그가 말한 '게임'은 결코 평범할 것 같지는 않았다. 


"방법은 아주 간단해요. 그냥 아까 화장실에서 하다가 멈췄던 걸 이어서 하면 돼요. 먼저 가는 사람이 지는 거죠."


..역시 이 남자는 알고 있었다. 그래,어느 바보가 그 소리를 듣고 아프다고 생각하겠어. 처음부터 다 알았으면서 잘도. 그래, 사실 아주 예상 못했던 건 아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렇게 될 줄 알고 따라온거지만. 


창섭이 일하는 가게는 특유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기었으나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음식의 가격은 매우 높은 편에 속했다. 창섭의 가게의 인테리어는 깔끔하고 우아하기 그지 없었으나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어떤 이는 밥을 시킨 룸 안에서, 혹은 마음에 드는 이를 골라 가게 옆의 호텔에서 쌓였던 욕정을 풀었다. 이것은 식당의 암묵적인 룰이었다. 직원은 거부하지 않는다. 다 알고 오는 것이었으니까. 가게는 이러한 사실을 직원에게 숨기지 않았다.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 하더라도 가게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이들은 많았다. 어느 직원이든 거부해도 된다. 무조건적인 관계는 아니었다. 정 거부하고 싶다면  하면 되었다. 후에 무슨 패널티가 적용될지는 알 수 없었으나 거절이 불가능 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거절하는 사람은 없었다. 앞서 말했듯이  모두가 이 룰을 알고 계약을 했으며 식당일을 제외한 일의 수입은 전부 자신에게 돌아왔다. 무시하기엔 상당히 높은 금액이었다.


 그리고 눈 앞의 남자가 이를 몰랐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이 남자가 원했다면 당장 그 자리에서 플었어도 되었을 일이었다. 그럼에도 일이 끝날때까지 기다린 점은 조금 특이했다.


"그래요."


성재가 바지의 버클을 푸는 것을 보며 창섭의 손 또한  그의 바지를 내렸다. 드러난 성재의 물건은 창섭이 지금 껏 보았던 어떤 이의 것보다 거대하였으나 티를 내어 내색하지는 않았다. 삐-, 호루라기 소리가 울려퍼지기라도 한것 같았다. 게임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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